티스토리 뷰
목차

1) 존재론이란 무엇인가?
현대 철학계의 거장 하이데거 그는 자신의 저서 '존재와 시간'에서 존재한다는 말의 본 뜻을 알고 있는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2천 년 전에 플라톤이 던진 질문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존재에 대한 물음은 중요한 것이며, 서양 철학의 근간을 이루는 것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따라서 서양 철학을 이해하려면 반드시 존재론을 먼저 알아야 하며, 이를 통해 서양 철학사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합니다. 만약 누군가가 이 분야를 모른 채 서양 철학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면 이는 구구단과 방정식을 모른 채 수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시도하는 것과 같은 꼴이 되는 것입니다. 그만큼 존재론은 중요하며 철학 공부에 있어서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2) 존재론의 정의
서양 철학은 오랜 세월 만물의 근원을 찾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시초 즉 제1 원인을 알고자 했다는 것인데, 이러한 그들의 지적 욕망이 한 형태로 나타난 게 바로 존재론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등장한 존재론은 인간 사고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와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에 적극 영향을 미치면서 그 중요성을 우리에게 각인시켰습니다. 하지만 철학이 낯선 분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명제가 무척이나 어색하게 느껴질 것입니다. 있는 것은 있고 없는 것은 없다.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이 얘기는 그리 단순한 게 아니랍니다. 고대 철학자 파르메니데스는 인간이 비존재, 즉 없는 것에 대해서는 알 수도 없고 따라서 발화할 수도 없다고 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우리 인간은 있는 것에 대해서만 생각하며 그 생각을 발전시켜 학적 체계를 이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근원적인 것으로 존재를 포착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무엇이든 있어야 그것에 대해 연구를 하게 되니까 있음이 모든 것의 근원으로 주목받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이렇게 해서 있음 즉 존재에 대한 탐구에 열을 올리게 된 인물들이 파르메니데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등등을 비롯한 수많은 철학자들이며 이러한 존재론은 이후로 현대 철학까지 이어져서 유럽에서는 쥐 듀레즈를 포함한 여러 인물들이 이러한 사유를 펼쳤고 또 분석철학계에서는 유명한 '코인'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이 현재까지도 그 사유를 펼쳤거나 펼치고 있는 중입니다.
수학, 물리학, 경제학, 심리학 등등의 학문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개별 학문들입니다.
가령 수학은 수적 대상을 물리학은 물리적 현상을 연구 대상으로 삼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있는 것들을 연구 대상으로 삼는 학문들과 달리 존재론은 있는 것을 있음의 차원에서 본다는 게 큰 특징입니다. 근데 여기 있음이라는 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늘 있는 것에 주목하며 살지 저 있는 것의 있음에 주목하며 사는 경우는 드무니까요. 하지만 일체의 존재자는 있음으로 해서 비로소 존재자인 것입니다. 없는 존재자는 없습니다. 존재자 가령 인간이라고 하는 존재를 수학적으로 규정하든 심리학적으로 규정을 하든 어떻게 규정하든지 간에 이 존재자는 존재 즉 있음을 전제로 해야 비로소 존재자이며 그다음으로 이런저런 규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죠. 바로 이렇게 있는 것을 개별 학문적 차원에서 탐구하는 게 아니라 있음의 차원에서 탐구하는 것이 존재론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있음 즉 존재에 대한 이러한 내용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 나오는 내용입니다.
앞서 우리는 개별 학문들과 달리 존재론은 있는 것을 있는 것으로서 다루는 학문이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는 있는 것을 있는 것으로 서라고 하는 저 표현으로부터 존재론이 보편적임을 파악해야 한답니다. 세상에 있는 것들 그러니까 사람이나 호랑이는 크기, 무게 등등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구분이 됩니다. 하지만 이 세상에 있는 모든 것들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성질이 하나 있으니 그게 바로 있음이라는 것입니다. 그 어떤 것들도 다 있음으로 해서 있게 되는 것이니까요. 따라서 있는 것을 다른 차원 가령 수학적 차원이나 물리학적 차원 등등으로 다루지 않고 그보다 더 근원적이고 보편적인 있음의 차원에서 다루는 게 존재론이다 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 존재론은 보편학이라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 존재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다 탐구 대상이 되므로 보편화일 뿐만 아니라 개별 학문이 다루는 것들의 궁극적 원인을 다룬다는 점에서 모든 학문의 상위에 있는 학문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를 제일철학이라고도 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게 뭐냐면 제1철학이 다루는 것, 즉 있는 것들의 있음을 보편적으로도 보지만 동시에 초월적으로도 본다는 점이에요. 이게 무슨 얘기냐 하면 있음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것이자 있는 것의 가장 근원이 되는 것인 이런 있음을 초월적인 것으로 보게 되면 인간은 저 있음을 다 파악할 수가 없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있음은 있는 것의 근거이지만 그 근거인 있음이 초월적 근거라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는 이 내용을 실체론과 신학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풀이해 봅니다.
3) 존재론의 속성, 실체, 초월
있는 것은 여러 뜻으로 사용되지만 하나와 맺는 그 관계에 따라서 쓰이는 것이지, 동음 이의어는
아닙니다. 있는 것 , 즉 존재자는 특정 장소, 크기, 상태 등 등을 가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여러 범
주들로 나뉜다고 했었습니다. 그래서 얼핏 보기에 이 있는 것은 여러 뜻으로 사용되는 것처럼 보
이지만 아리스토텔레스의 분석에 따르면 사실 이것은 하나의 관계에 따라서 쓰인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 하나가 무엇이냐? 이게 실체라는 것입니다. 똑똑한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똑똑한 판단, 똑똑한 공부법 등등으로 쓸 수 있습니다. 여기서 똑똑한 판단은 이 판단에
따른 결과가 최상이 된다는 점에서 똑똑함과 관련을 맺으며, 똑똑한 공부법은 이 공부 방법에
따라 공부했을 때 최상의 성적을 얻게 된다는 점에서 똑똑함과 관련을 맺습니다. 이처럼 똑똑한
이라는 말은 저마다 다른 성질인 판단이나 공부법 등등과 관련하여 쓰이는 듯해도 똑똑함이라고
하는 하나의 관계에 따라 쓰인다는 거죠. 이처럼 있는 것들은 하나와 관계를 맺는다라고 할 수 있
는데 이때 그 하나가 바로 '실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서 있는 것들은 그 있는 것들의 실체와 관련을 맺고 있으며 그 관계에 따라
언어로도 표현이 된다 라고 지금까지 말한 내용들을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가령 사랑이라고
하는 하나의 실체에 따라서 사랑스러움, 사랑하는 등등이 있는 것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쓰이
지만 이것들은 결국 하나의 실체인 사랑으로 귀결된다는 거죠. 따라서 이 실체라는 개념을 좀
더 정확히 정리해서 말씀을 드리면 이것은 있는 것들보다 먼저인 첫째가는 것으로 있으며 다른
것들은 이것에 의존해서 있기 때문에 존재자 즉 있는 것들의 원리이자 처음이라고 할 수 있고
이를 곧 실체라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보편적 존재론은 실체를 탐구하며 이를 통해 실체의
원리들을 연구하기에 존재론은 실체론이다라고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이 실체들 그러니까
노란색이라는 성질의 실체인, 노랑 1m라고 하는 성질의 실체인 크기 등등이 이렇게 이제 여럿이
있듯이 실체는 하나가 아니고 여럿이며 이런 실체들 또한 보다 상위에 있는 하나의 실체와 관계를
맺으며 그것으로 수렴된다고 하는데요. 바로 이게 신적인 실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기서 말하는
이 신적인 실체는 신학의 영역이 되는 것이고 초월론적인 것이 되는 겁니다. 따라서 존재론에는 보편
화와 초월화의 두성 격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보편학은 있는 것 즉 존재자의 근거를 존재
로 보고 이 차원에서 존재를 다루는 것이며 초월학은 존재자의 근거인 존재를 초월적인 것으로 보면서
우리 인간은 저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실체를 파악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존재론에는 보편학과 초월학의 두 성질이 있으니 보편학으로서의 존재론은 일반 형이상학이라
고 하고 초월학으로서의 존재론은 특수 형이상학이라고도 합니다 참고로 여기서 초월학은 앞서 말한
것처럼 신학적 계기를 가지는데 이 신학은 곧바로 기독교적 신학을 뜻하는 건 아닙니다. 나중에 중세
철학쯤 가면 그때 기독교적 관점에서 저 초월학을 활용하게 됩니다.
어쨌든 이러한 내용도 여기서 잘 알아두시고 보편학으로서의 존재론과 초월학으로서의 존재론 즉 일반
형이상학과 특수 형이상학 관계 문제에 대해서는 이 둘의 관계를 모순 또는 충돌이 나는 것으로 문제 삼
는 학자들도 있고 조화를 이루는 것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
.
결론) 존재론, 순수학, 이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에 근거하여 학문을 분류하면 크게 이론학, 실천학, 제작학 등등으로 나뉘게
됩니다. 여기서 순수 이론적인 학으로는 제1 철학과 제2 철학이 있으며 실천학으로는 윤리학과 정치학,
가정학 등이 포함됩니다. 제작에 관한 학으로는 예술에 관한 시학이나 수사학 등이 포함이 됩니다. 그리고
제1철학에는 형이상학이라고 하는 저 안에 존재론, 신학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제2 철학에는 자
연학, 수학 등이 들어 있습니다. 여기서 자연학은 독립된 실체를 가지지만 생성에 종속된 것이라서 생성적
존재라고 하는 것을 탐구 대상으로 합니다. 수학은 생성으로부터는 독립되어 있지만 구체적인 실제성은 없
는 이념적인 것 즉 이념적 존재자를 탐구 대상으로 합니다. 그리고 제1철학에서 다루는 존재론의 연구 대상
인 존재 그 자체는 독립된 실체도 가지면서 생성으로부터도 독립된 것이라 변화를 겪지 않는 바로 그런 것인
데 바로 이것이 존재자의 존재이자 모든 것의 궁극적 원리인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궁극적 원리란 제1원리
즉 최초의 근원을 말하는 것으로 세상 모든 존재자들은 존재라는 제1 원리에 따라 존재자가 되었다는 얘기입
니다. 그리고 이러한 궁극적 원리인 즉 근원을 직관하는 이성이 있다고 합니다. 그 이성을 소피아라고 합니다.
이 소피아를 사랑하는 것 이게 필로소피라고 하는데 이를 일본학자 니스 아마네는 철학이라고 번역했습니다. 그
리고 이 번역어가 현재 우리에게도 널리 쓰이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이러한 궁극적 원리이자 첫째가는 원리를
탐구하는 분야인 존재론을 제1 철학이라고 합니다. 이러한 학문은 실천학이나 제작학과 달리 순수학이라고 한다
는 점도 알아두시기 바랍니다.
그렇다면 이 순수학은 어떤 특징이 있느냐 이것은 앎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한다는 것 그러니까 앎 그 자체를 위한
앎을 추구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실천학이나 제작학 등은 앎 자체를 위한 앎을 추구하는 게 아니고 외적 목적이나
어떤 수단으로써의 앎을 추구합니다. 예를 들어서 책상을 만들 목적으로 이 책상 제작에 대한 앎을 추구하는 것.
이때 이 앎은 책상 제작을 위한 수단이 되죠. 이런 앎과 달리 존재론이 추구하는 앎이란 그 자체로 순수하게 앎을
위한 앎이라는 것입니다.
이제는 존재이론과 형이상학의 관계와 차이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본시 존재론이라는 말은 없었고 예전부터 메타피지카라는 이런 말이 우리에게 형이상이라고 하는 번역으로 불
렸는데 이 말이 먼저 있었습니다. 그러나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이상학은 여러 자료들을 후대에 편집하여 정리한
것이고 또 특수형 이상학적 성격을 가지는 내용과 일반 형이상학적 성격을 가진 내용이 섞여 있는 것이었으므로
이를 후대 학자들이 연구하면서 지속적으로 구분하기도 하고 조화시키기도 했던 것이죠. 이런 과정에서 존재자
전체의 보편적인 존재 규정이라는 성격에 맞게 내용정리를 한 것이 존재론으로 구분되기 시작을 했으며, 이리하
여 17세기에 고클레니우스라는 인물과 크라우베르크 등이 존재하는 것과 학적 이론이라는 말을 합쳐 '존재론'이
라는 말을 만들면서 이를 형이상학과 구분하기 시작했는데 이런 존재론을 체계화시킨 사람은 크리처 볼프와 미학
으로 유명한 바운 가르텐입니다. 이렇게 존재론과 형이상학은 구분되기 시작했으며, 존재론이 존재자 전체에 대한
보편적 존재 규정에 집중하는 데 반해 형이상학은 존재자 전체의 배후에 있는 원리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미국 철학의 뿌리, 초월주의와 실용주의 (0) | 2024.02.23 |
|---|---|
|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의와 영향과 한계, 나아갈 방향 (0) | 2024.02.22 |
| 근대철학의 특징과 영향, 현대 철학과의 차이점 (0) | 2024.02.22 |
| 철학을 공부하는 방법과 자세 (0) | 2024.02.22 |
| 형이상학의 정의와 종류 (0) | 2024.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