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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철학 공부 과연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뤄보려고 합니다. 공부를 정말 제대로
하려면 일단 공부가 무엇인지에 대한 관념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철학 공부도마찬가지로
제대로 시작하고 싶으면 철학 공부가 과연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1) 진짜 공부를 하는 방법
얼마 전에 유튜브에 언어 공부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할 수 있냐 하는 주제에 대해서 한
언어학자분께서 강연하는 그런 영상이 있었습니다. 핵심은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하라
는 것이었습니다. 즉 문법이나 어휘같은 정해진 형식, 그것을 배우려고 노력하기보다는
그냥 외국어로 된 내용들을 많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학자는 컴펠링이라는 단어를
씁니다. 내가 정말로 어떤 주제가 재미있고 그 내용이 재미있어서 거기에 푹 빠져서 그
매개가 되는 언어 따위는 보이지 않을 그 정도 수준이 돼야 가장 효율적으로 언어를 배울
수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마블 만화책이 너무 재밌어서 영어로 마블 만화책을 다
읽다 보면 그게 가장 영어를 배우기 좋은 방법이라는 것입니다. 단순히 언어를 배우는
것뿐만이 아니라 인간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 모두에 적용될 수 있는 원리입니다 학교
에서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정해진 규칙을 가르치는 이유는 모든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을
해보지 않고도 배운 대로 그 규칙을 따르기만 해도 시험을 통과할 수 있도록 그렇게 만들어
주기 위해서 그 규칙을 가르치는 것일 뿐이지 그 규칙 안에 정말로 공부의 내용이 들어있는
건 아니라고 리처드 파인만은 말합니다.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야 될 건 정해진 규칙을 따라
가다 보면 공부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형식적인 길을 잘 따라가기만 해서는 절대로 그 사태의 본질에 대한 이해에 이를 수도 없고,
내가 정말로 뭘 배우고 있는 건지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에 대한 이해에 이를 수도 없고, 그
래서 배우고자 하는 거를 결코 잘 해낼 수가 없습니다. 평균적인 소득은 얻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수학 공식만 달달 외우고 규칙만 잘 습득해도 평균 정도의 점수는 받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그런지 아십니까? 그건 나머지 절반 정도의 학생은 그것조차도 안 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무언가를 내가 할 수 있게 된다는 건 내가 그 안에서 무언가 능숙함을
느끼고 자유로움을 느끼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는 어렸을 때부터 정말 얼마나 많은 시
간을 영어를 배우는데 쏟았습니까? 그런데 영어를 사용하는 상황이 되면 자유를 느끼시나
요? 아마 그럴 수 있는 분은 많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그렇게 영어를 못할까요?
왜냐하면 실제로 영어를 많이 말해보지 않았고, 실제로 영어를 연습하고 실제로 영어를 사용
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러니까 무언가에 대해서 능숙해지고 그 안에서
어느 정도 자유를 느끼면서 내가 그 안에서 스스로 창의성을 발휘해서 문제를 해결할 정도의
능력이 되려면 다른 사람들이 정해놓은 형식을 따라만 가서는 절대로 얻을 수 없습니다. 그렇
려면 스스로 많이 해보고 연습해 보고 그것을 사용하는 상황에 많이 처해 보는 수밖에 없습니다.
2) 철학하는 방법과 자세
철학 공부도 정확하게 똑같습니다. 직접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해봐야만 철학 공부가 됩니다.
그런데 철학적인 생각을 어떻게 시작하나요? 이런 궁금증이 들 수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철학적인 생각을 시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철학 고전을 읽는 겁니다. 아주 유명한 사람들이
쓴 고전을 읽는 거죠. 어떻게 보면 굉장히 황당하게 들리실 수 있는데요. 왜냐하면 고전 읽는
거 좋다는 거는 많이 들어봤는데 그거 어려워서 못 읽는 거 아니냐 내가 전공생도 아니고 그거
언제 시간을 많이 들여가지고 고전을 읽고 있냐 어려워 죽겠는데 이런 생각이 드실 겁니다. 그
런데 냉정하게 말씀드리자면 고전을 직접 읽어보는 것 말고는 철학적인 생각을 하고 철학 공부
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이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법이 하나 더 있긴 합니다. 철학자랑 직
접 대화를 하는 겁니다. 솔직히 우리가 그런 기회를 얻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유일하게 철학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방법은 철학 고전을 직접
읽어보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 고전일까요? 고전이 고전인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어떻게 해서 정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그 비밀은 바로 고전은 잘 쓰인 책이라는 데에 있습니다. 고전은 보통 굉장
히 좋은 전달력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수사적인 방법을 통해서건 비유를 통해서건 여러 방법을
통해서 많은 고전들은 보통 읽는 사람에게 다른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효과적으로 정
보를 전달합니다. 보통 다른 평범한 책들을 읽을 때는 그 내용이 정말로 내 안에 흘러들어와서
내가 정말로 그 생각을 직접 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하지만 고전을 읽을 때
에는 그게 가능하게 됩니다. 이게 고전을 추천드리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고전은 어렵다
는 겁니다.
여기서 중요한 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공짜로 얻어지는 건 없다는 것입니다. 시간을
많이 쏟아야만 합니다. 머리 아플 수도 있습니다. 근데 그 머리가 아픈 경험을 너무 나쁘게 생각
해서는 안됩니다. 머리가 아프다는 건내 뇌가 정말로 그 내용을 이해하고자 애쓰고 있다는 거거
든요.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그렇게 머리가 아픈 경험을 반복적으로 하다 보면 나의 실력과
나의 사고력이 정말로 늘어나는 걸 나중에는 깨닫게 됩니다. 그러니까 마치 우리가 처음에 턱걸
이를 하려고 하면 한 개도 못하지만 그 고통을 참고 그래도 꾸준히 연습하다 보면 1개, 2개, 3개
점점 개수가 늘어나잖아요. 철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지식을 단순히 배운다고 해서 철학을
할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라 마치 근육이 자라듯이 능력이 자라 나야만 합니다. 그 능력이 자라나
는 과정은 머리가 아프지 않고는 될 수가 없죠. 그렇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조금이라도 그 고
통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더 쉽게 이해를 하고 싶은 거잖아요. 그래서 여기서 중요한두 번째 포인
트가 좋은 인문서를 찾는 겁니다. 처음부터 턱걸이를 그냥 주야장천 해도 되지만 그것보다는 때
로는 턱걸이에 도움이 되는 다른 근육들을 차근차근 키워주는 것도 방법입니다. 마찬가지로 인문
서를 읽는 것도 그렇게 고전을 직접 읽을 수 있을 때까지 사고력을 키워주는 작용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로 많은 철학 인문서들이 우리가 스스로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만
들어주기보다는 지식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거죠. 어떤 철학자가 어떤 생각을 했다
그 형식적인 지식적인 틀을 전달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겁니다. 그렇게 잘 정리된 지식을
본다고 해도 그걸 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을 해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그
래서 지식 전달 위주의 체계적인 그런 인문서보다는 오히려 스스로 생각하는 것을 유도할 수 있도
록 창의적으로 쓰인 인문서가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3) 고전 독서로 철학공부 시작하기
제가 예전부터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추천했던 책이 '영화로 읽는 서양 철학사'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유명하고 재밌는 영화들에 빗대서 전체적인 서양 철학사의 맥락을 재미있게 설명해 놓
은 그런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어떤 철학자는 어떤 생각을 했다 이런 지식을 그냥 정리해서
전달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니라 철학적인 생각을 한다는 건 무엇인가 철학자들은
왜 철학적인 생각을 하는가, 어떤 철학자는 왜 그런 철학적인 생각을 했는가 이런 것에 대한 메
시지를 전달하는 데에 중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그래서 읽는 사람들로 하여금 이 철학자는 이런
맥락에서 이런 생각을 했구나 깨닫게 도와주는 그런 책입니다. 저는 이런 책들이 좋은 인문 서
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역시 인문서를 읽는 데에서 그치면 철학 공부는 진정으로 시작됐다고
볼 수가 없습니다. 진정한 철학 공부의 시작은 고전을 직접 읽어보는 데에 있죠. 어떤 고전부터
읽어야 되냐 그런 정해진 순서 같은 건 없습니다. 그냥 나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그런 책을
고르 면 되는 겁니다. 본인이 정말로 푹 빠져서 다른 형식적인 부분들은 보이지 않을 정도가 돼
야 가장 효과적으로 그 지식을 배울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이 정말로 철학을 공부하고
싶으시다면 해야 할 일은 오늘 당장 아니면 내일이라도 서점에 가서 아니면 도서관에 가서 가슴
을 두근거리게 하는 책을 고르는 겁니다. 그리고 읽는 겁니다. 다른 많은 유튜브 영상들이나 아
니면 다른 모든 인문서들은 보조 수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것들로는 철학 공부를 진정으로
시작했다고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결론 :
오직 고전을 직접 읽고 철학자와의 대화에 내가 직접 빠져들 때만 철학 공부를 진정으로 시작했
다고 말할 수가 있습니다. 쉽지 않지만 맘에 드는 고전을 한 권 들고 조금씩이라도 날마다 철학의
맛과 향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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